일상

일상 주저리

꾸구01 2025. 12. 29. 19:21

요즘 아침에 눈 뜨는 게 예전 같지 않아요.
분명 잠은 충분히 잤는데도, 알람이 울리면 ‘아… 조금만 더’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몸을 일으켜 세우고, 커튼을 열면 항상 같은 풍경이 보이죠.
익숙한 건 때론 지루하지만, 또 가끔은 그 익숙함 덕분에 안심이 되기도 해요.

오늘도 평소처럼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머그컵에 따뜻한 커피를 붓고 첫 모금을 마시면, 그제야 하루가 진짜 시작된 느낌.
카페인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루틴 자체가 주는 안정감 때문일까요?
정답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커피가 저를 배신한 적은 없다는 거예요.

 

점심엔 집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포장했어요.
빨간 양념 냄새가 봉지 밖으로 새어 나오는데, 그 향만 맡아도 기분이 좀 풀리더라고요.
맵찔이 주제에 항상 ‘조금 덜 맵게요’라고 말해놓고도, 결국 물 한 컵 옆에 두고 먹게 되는 나.
근데 또 매워야 맛있잖아요? 이 모순이 참 웃기죠.

 

집에 돌아와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잠깐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뒤적였어요.
SNS엔 다들 반짝이는 순간들만 가득한데,
제 하루는 반짝이진 않아도 나름의 온기가 있어요.
따뜻한 커피, 매운 떡볶이, 뽀송한 빨래 냄새.
이런 작은 감각들이 모여서 하루의 결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해가 질 때쯤 산책도 다녀왔어요.
겨울 공기는 차갑지만, 코끝이 시릴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잖아요.
천천히 걸으며 숨을 들이마시면, 복잡했던 생각도 조금씩 희미해져요.
어쩌면 위로는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이런 사소한 공기 속에 숨어 있는 걸지도 몰라요.

평범한 하루는 특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의미 없진 않아요.


별일 없는 날이 반복된다는 건,
어쩌면 ‘오늘도 무사히 잘 지나갔다’는 작은 성공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그랬어요.
아무 사건도 없었지만, 아무 상처도 없었어요.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닐까요?

내일도 비슷한 하루겠지만,


저는 또 커피를 마시고, 떡볶이를 고민하고, 산책을 나가겠죠.
그 반복이 언젠간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면서요.

평범함 속의 작은 행복을 찾는 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취미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