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끝나갈 때쯤이 되면, 집 안 공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시계 초침 소리도 괜히 더 또렷하게 들리고,
밖은 조용해지는데 머릿속은 오히려 그제야 바빠지는 시간이에요.
저녁을 먹고 나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려고 해요.
설거지도 미루지 않고 바로 해두고,
내일 입을 옷도 미리 꺼내놓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작은 정리 하나가 생각보다 큰 안심을 주는 것 같아요.
불을 하나씩 끄고, 조명만 켜두면 집이 훨씬 차분해져요.
밝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공간의 온기가
이 시간엔 유독 더 잘 느껴져요.
괜히 소파에 앉아 잠깐 멍하니 있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잠들기 전에는 휴대폰도 조금 멀리 두려고 노력해요.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작게 틀어놓기도 해요.
하루 동안 쌓인 소음들이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이 시간엔 꼭 오늘 하루를 한 번쯤 돌아보게 돼요.
잘한 일보다 아쉬웠던 순간들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지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에게 괜찮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져요.
이불을 정리하고, 핸드폰 알람을 맞추고,
불을 끄기 전 마지막으로 집 안을 한 번 더 둘러보면
‘이제 정말 하루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순간이 저는 꽤 좋더라고요.
잠자리에 누우면 바로 잠들지 못하는 날도 많지만,
그마저도 오늘의 일부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괜히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 이 시간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몸에게 알려주는 느낌으로 가만히 누워 있어요.
하루를 잘 산다는 건
꼭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도 여기까지 잘 왔어요.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에요.
편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의 나에게 조금 더 여유를 남겨주세요.